지나가는 마음

‘창부는 손님에게 반했다고 하고 손님은 오지 않을 꺼면서 또 오겠다고 하네’

오즈 야스지로의 1933년 작품 ‘지나가는 마음’ 유성영화의 시대에도 무성영화를 만들었던 오즈의 작품이다. 다음 장면은 하루에가 지로와 다투다가 사랑을 고백받는 장면이다. 오즈 외에는 다른 어디에도 볼수 없는 파격적은 쇼트가 정말 압권이다. 둘은 계속 마주보고 있는 상황인데 프레임 안에서 둘은 끝까지 일관되게 왼쪽만 바라보고 있다. 규칙을 따르자면 대화할때 한쪽이 프레임의 왼편을 바라보면 다른쪽은 오른편을 바라보아야 대화가 성립된다. 게다가 이건 무성영화라 프레임의 충돌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카메라가 일부러 180도로 인물을 넘어가서 찍고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오즈가 인물들이 마주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같은 방향을 보도록 이런식으로 찍은 것인가 했었다. (오즈는 항상 인물들이 한 프레임 안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해보고 내린 결정은 결국 그 둘의 사랑 고백의 애틋한 순간에도 오즈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물들은 손을 맞잡은 것이 아니라 쇼트속에 드러난대로 서로의 행동을 모방할 뿐이다. 그 둘의 사랑에 대한 고백은 서로 소통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즈는 그저 신체의 손에 열중하고 있다. 프레임 마다 인물의 신체의 손까지만  정교하게 나오고 상대방의 신체는 최대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인물들을 화면의 중심이 아닌 왼쪽으로 배치했다. 그래서 이상하게 인물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고 그들은 마주보고 있지만 결국 혼자인 것이다. 물론 이 씬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파격적이고 정교한 씬들이 많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배안에서 키하치가 바라보는, 풍경이 지나가는 장면은 내 평생에 본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이 될 것이다. 그걸 본 다음 키하치는 아들에게 돌아가야 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강물에 뛰어들어 육지를 향해 헤엄친다. 해피엔딩이고 희극임지 만 역시 오즈의 영화답게 끝나고 나면 이상한 쓸쓸함이 가슴에 남는다. 나는 영화속 인물들이 페허가 되버린 현실의 슬픔을 견디기 위해 웃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목은 지나가는 마음이지만 영화는  정말이지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