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떤 영화음악

80년대 한창 ‘누벨이마주’라는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누벨 이마주의 대표주자로는 당시에 너무도 화제를 모았던 레오 까락스의 뽕네프의 연인들을 비롯, 그랑블루를 만든 뤽베송과 함께 베티블루 37.2 의 장자크 베넥스가 있었다. 그래서 영화좀 본다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들 영화를 보는것이 마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서 뽐내듯 길을 걷는 어떤 의식처럼 생각되었다. 물론 나도 영화마을을 뒤지며 뤽베송의 <아틀란티스>도 보았다. 게다가 어느 심야 라디오 프로에 나와서 유지나 평론가가 “정말 고등어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어요.”라는 멘트를 했던것도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뭐 가오리가 오페라 아리아에 맞춰 바닷속을 유유자적 헤엄치는 영화였던 정도지만 말이다. 그 누벨이마주의 시초를 알린 한 영화가 있었는데 장바크 베넥스의 [디바]였다. 누벨 이마주 답게 푸른 이미지를 배경으로 등대가 나왔고 녹음을 하지 않는 최고의 디바가 있었고 그녀를 좋아하는 우체부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이 콘서트 홀에서 그녀의 아리아를 녹음기로 녹음하던 뭐 그런 영화였는데 당시 내가 충격을 받았던것은 아리아를 부르던 그녀가 흑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왜 그게 충격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녀는 흑인이라는 것 외에 그다지 연기를 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영화가 아직 나의 기억속에 자리잡은 이유는 누벨 이마주의 그 <새로운 이미지>가 아니라 그녀가 부르는 아름다운 한곡의 아리아 때문이다. 오페라 라 왈리의 <‘ebben Ne andro lontana’ 그렇다면 멀리 떠나겠어요>라는 곡인데 당시에도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껴서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의 아리아가 되었다. 오늘 오페라 아리아 곡을 연습했는데 반가운 제목이 있었다. <ebben Ne andro lontana>  아. 내가 이 곡의 반주를 하게 될 줄이야!!! 영화를 보고 지금까지 그 멜로디를 간직하게 된 어린 시절의 시작점에선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지만  마치 20년전에 보낸 어떤 편지가 지금에 도착한듯 세월을 가로지르는 경험을 했다. 정말이지 삶이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