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

나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를 보고 배우들이 술김에 “사랑해요”를 남발할 때 이게 왠지 진심일것 같다는 이야기를 쓴적이 있다.

밤에 해변에서 혼자는 어쩔수 없이 홍상수와 김민희의 사랑 혹은 불륜으로 읽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홍상수 영화중에 가장 낭만주의적이며 가장 직설적이란 사실에 놀라게된다. 깨어도 깨어도 자꾸만 꿈인 세상. 낮의 해변에 혼자 누웠있지만 마음은 밤인 세계.

내 기억에 이 영화는 홍상수의 영화 최초로 남녀의 연애 사이에 사랑과 슬픔이라는 감정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리고 자신들을 대상화해서 스크린에 옮겨놓고 세상의 도덕과 대면해야 하는 자신들을 잔인하게 바라본다. 여기엔 온갖 호사꾼들의 비난에 정면으로 자신들의 내면을 내어놓는다.

지금까지의 홍상수 영화에서 남녀는 모두 어긋나며 끝난다. 영화속 현실은 우리의 환상을 마주하고는 늘 미끌어졌다. 거기서 생겨나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스스로를 외면하는 이상한 삶의 쓸쓸함. 그러나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좀 다르다. 여기서도 남녀는 어긋나며 끝나지만 김민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엔 그녀의 외로움을 끝까지 바라보겠다는 어떤 애절함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