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 옷장의 안과 밖

구스 반 산트의 영화가 모두 그렇듯이 영화 밀크도 수수께기 같은 씬들이 가득하다. 특히 위에 보이는 장면은 얼핏 보기에도 말이 안된다. 대화하는 첫째 샷이 보여지고 아래가 이어지는 리버스 샷이라면 아래 사진에서는 오른쪽으로 댄의 뒷모습이 보이고 그의 어깨를 걸쳐 건너편 왼쪽에 밀크가 보여야 된다. 그런데 이 장면은 그 반대다. 말하자면 보이는 그대로 페이스 오프, 혹은 거울인거다. 그럼 이걸 어떻게 찍었냐고? 첫째 장면이 나오면 둘이 이야기하면서 댄이 밀크의 자리로 밀크는 댄의 자리로 갑자기 원을 돌며 걸어간다. 그걸 카메라는 그냥 멈춰서 바라보기만 한거다. 문제는 세상 누구도 상대방과 이야기하면서 왈츠를 추듯이 원을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 장면이 3월 3일 CGV인천 극장문을 나서면서 어제까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이 씬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댄화 밀크의 대화도 전부 이상하게 찍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샷, 리버스 샷을 나누긴 했는데 굳이 기어코 산트 형님은 두 사람을 동등하게 하나의 프레임안으로 집어넣으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원래 샷 리버스 샷은 대부분 어깨를 걸고 찍지 뒷모습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전부는 아니지만 거의 이런식으로 찍었다. 그걸 보면서 첫째, 나는 산트 형님이 사람을 프레임에 잡을때 화면에 혼자 내버려 두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는 대부분 이사람에서 저사람으로 넘어갈때 화면을 나누지 않아서 데드 타임이 생긴다. 대신 그들이 누구건 같은 공간안에 함께 있게 되는거다. 함께 살아가는 거다. 함께 게이들의 인권을 외치는 사람들과 군중들 모두 그렇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과 심지어 대적하는 적들과의 상황에서도 이런식으로 찍었다. 일부러 오즈 야스지로 처럼 하나의 프레임을 미학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대신 하나의 프레임에 무의미한 인물들과 텅 빈 공간, 무심코 등장하는 사물들을 집어 넣었다. 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마지막 밀크가 스콧스미스에게 전화할때 바로 이어지는 댄 화이트의 이야기도 설명이 되는 거다. 그는  밀크를 곧 죽일것이고 밀크와 다른 장소에 있지만 마치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장면을 붙여놓고 배경음악을 이어지도록 해서 마치 함께 있는 것 처럼 만든거다. 살인자와 희생자도 같은 공기아래 두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댄이 시장을 죽이러 걸어가고 출근하는 밀크가 보이는 장면도 하나의 프레임에 담았다. 게다가 그 의회는 마치 오페라의 무대처럼 찍었다. 그런데, 1시간 39분쯤 등장하는 저 장면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굳이 두 사람을 원을 돌게해서 상대의 자리에 갖다 놓다니. 그래서 나는 다시 말하지만 저 둘이 서로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은 옷장 밖으로 나온 게이, 한 사람은 옷장 안의 게이. 영화중간에서 밀크는 이런 말을 한다. ” 댄은 이쪽 사람인거 같아. 난 그렇게 사는 삶이 어떤건지 알아. 난 댄의 눈빛에서 그걸 봤어. 공포. 압력” 영화속 사람들은 모두 밀크의 말을 무시했지만 구스반 산트는 댄을 그렇게 찍었다. 황량한 공간들을 밀크와 댄이 함께 공유하거나 두사람이 대화할때 두개의 육체에 하나의 얼굴만을 보여준다. 그리곤 엘리펀트의 소년 소녀들처럼 공포와 슬픔으로 가득한 댄의 등이 보이는 복도씬을 롱테이크로 찍었다. 그길은  밀크를 죽이러 가는 길이다. 발각될지도 모르는 거울, 혹은 영영 자신의 모든것을 빼앗아 어둠속에 가두는 반쪽. 옷장 밖으로 커밍아웃한 밀크는 항상 희망과 인권을 주장하지만 애인들이 모두 자살하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상황, 그리고 자신이 언제 보수주의자들에게 죽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옷장속의 게이인 댄은 밀크를 바라보며 자신이 하지못한 모든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람들의 관심과 그 삶의 방식을 부러워 한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자신이 이성애자라는 것을 증명하듯 아들의 세례식에 게이인 밀크를 초대한다. 그리고 그 장면을 구스 반 산트는 밀크와 댄이 부부인것 처럼 찍고 댄의 부인이 외부인인것 처럼 찍었다. 둘 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지만 두려움과 공포속에 사는 사람들. 그래서 어쩌면 영화 밀크속 밀크의 외침과 희망은 세상속의 수많은 댄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